네온스튜디오 개발팀 블로그, 말빨로 유저들을 현혹하는 개발자 코너입니다.
얼마 전 “스피릿위시”의 개발 중 영상이 공개 된 이후, 업계 몇몇 개발자들로부터 “그것 어떻게 한거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서요.
프로젝트의 AD겸 TD를 맡고 계신 박준혁님을 만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담당자)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박준혁)
안녕하세요. 저는 “스피릿위시” 프로젝트에서 AD겸 TD를 맡고 있는 박준혁입니다.
담당자)
게임 업계에선 통칭 팩드래곤 pakkdragon 이라는 기이한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박준혁)
음 네. PM인 김세용님과는 예전 “악○○스” 때 부터 같이 일했는데요
그땐 제가 미성년자 였다던가 등등 개인 사정상 본명 대신 사용하던 필명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담당자)
그러면 AD는 뭐고 TD는 무엇인가요?
박준혁)
AD(아트 디렉터)로써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거나 드로잉하고 또 전체 아트의 밸런싱과 방향성을 잡는 일을 하고 있고,
TD(테크니컬 디렉터)로써는 그래픽 엔진 및 쉐이더를 코딩하고 개발해 디자이너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담당자)
많은 일을 맡고 계시는데요, 이번 프로젝트의 주안점이 있다면?
박준혁)
제 개인적으로는 2D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여러 가지 만들었는데, 계속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배경과 캐릭터간의 이질감이 생기는 부분이었습니다.
디자인만 담당 하고 있을 때는 예상 못했던 문제로, 빌보드로 그려진 캐릭터가 종잇장처럼 무게감 없이 둥둥 떠 다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마음에 걸려왔구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선 캐릭터와 배경의 일체감을 높일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 했습니다.
담당자)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했나요?
박준혁)
예를 들어 2D와 3D를 결합한 표현을 사용할 때 이전엔 3D부분을 2D처럼 보이게 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2D 파츠에 3D스러운 개념을 최대한 넣어보자는 느낌으로,
뭐 최근의 초 화려한 3D 게임의 관점에선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우리 나름의 아주 작은 디테일을 살려 보자 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봤구요.
이건 예제인데, 2D 비트맵에 depth맵을 만들어서 2D지만 다이나믹하게 라이팅 영향을 받고 있죠.
배경 상에 자동 생성된 라이트 프로브, 혹은 특정 물체가 갖고 있는 라이트를 이용해 빛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2D 비트맵 캐릭터는 그림자를 밟으면 몸 전체가 어둡게 표현된다던가 하는 식이어서
뭐 클래식한 테이스트가 있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분위기의 연출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햇볕이 좋은 필드와 횃불이 켜진 어두운 던전, 혹은 바닥에 얕은 물이 깔려 있어 아래에서 빛이 반사되는 지하수로 등등
사실 풀 3D 게임에선 당연한건데 캐릭터에 비트맵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것들을 흉내라도 내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배경 상의 라이트 외에, 특정 물체나 마법 등의 이펙트에 광원을 붙혀 다이나믹하게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담당자)
시선 처리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룩앳 컨트롤을 구현하신 건가요?
박준혁)
그 룩앳컨트롤을, 머리 이미지를 방향별로 회전시키는 것은 아니고
뎁스를 이용해서 실제 회전값을 활용한 오차를 통해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간단하게는 이렇게 게임 내 객체에 대한 어텐션을 표현하거나
보스 몬스터 등 중요한 적과의 전투시, 거리가 멀어져도 보스가 위치한 방향을 암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기술은 최근 대중화 된 스파인 등의 키프레임 2D 엔진에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 캐릭터의 옆 모습밖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했구요
결국 엔진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내부에선 “모노쉐이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머리 회전이 자유로워진 덕분에 애니메이션 상의 다양한 표현도 가능해졌습니다.
담당자)
아 네.. 근데 이런건 일반 3D 게임에선 일반적인건데 자랑 거리가 되나요?
박준혁)
뭐 크게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전엔 한계처럼 느껴졌던 표현을 해낸 것이니까요. 이런 사소한 부분을 좋아해 주실 유저 분들도 어딘가엔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퀄리티를 더 올려보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만 모바일 플랫폼의 한계도 있고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측이 잘 안되는 MMO게임의 장르적 특성상, 일단 이 정도에서 절충 후 상황을 지켜 봐 가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계획입니다.
담당자)
그 외에, 캐릭터의 헤어는 어떻게 만든거냐 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3D로 만들어서 키를 잡은 건가요?
박준혁)
그건 도트로 그린 헤어에 피직 셋팅을 해서 자동으로 흔들림 연산을 하는 것입니다. 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담당자)
넵 잘 알았습니다. 배경 쪽이라던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지만, 게시판 용량 문제로 일단 여기서 끊고,
이후 다시 기회를 봐서 2편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유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나 해명 할 것이 있으시다면?
박준혁)
최근 밤에 잠도 잘 안오고 기분이 뒤숭숭한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제가 개발자 인생을 오래 한 것에 비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인게 원인인 것 같더라구요.
처음 시작만 해놓고 도망치거나, 나중에 헬프로 참가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앗 갑자기 남들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좌불안석이 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제법 재밌게 나왔으니, 모쪼록 잘 부탁드리고 피드백은 너무 멘탈 나가지 않게 살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특별 부록 : 팩드래곤씨의 작업 환경 해설
그는 전생에 버섯이었기 때문에 어둡고 눅눅한 환경이 아니면 잘 자라지 않습니다.
① 밤새 또 뭔가 하다가 소파에 대충 널부러져 잠든 팩드래곤
② 이 밀폐된 공간의 퀴퀴함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보겠다는 헛된 저항
③ 운동 부족이라며 구입했지만 3일만에 옷걸이가 되어버린 철봉
④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는 않는 빈 음료수. 일주일에 한 번씩 자연 소멸함
⑤ 야밤에 괴성 지르며 난동 부릴 때 연주하는 기타
⑥ 다운 스프링, 스태빌라이저 등 각종 퍼포먼스 튜닝 파츠
⑦ 음악을 듣는 사람이 되겠다며 권구희님께 얻어왔지만 결국 장식용이 되어버린 BOSE
⑧ 각종 세차 용품
⑨ 열어보는 것 조차 두려운, 무언가가 봉인된 수납함
⑩ 잠든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남기고 간 작업 요청
⑪ 천장의 에어컨 한 대로는 작업실을 남극화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추가로 구입한 이동식 에어컨
(2018년 9월 21일)